예금에 익숙한 우리에게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채권 투자자에게는 정반대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가지고 있던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장기 국채 ETF(TLT)조차 1년 만에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가
투투알못 엑시트약 4분수정 2026. 11. 2.
이 글의 목차
예금에 익숙한 우리에게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채권 투자자에게는 정반대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가지고 있던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장기 국채 ETF(TLT)조차 1년 만에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가장 안전하다던 국채가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오늘은 금리와 채권 가격이 왜 반대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폭은 무엇이 결정하는지 쉬운 예시로 알아보겠습니다.
핵심만 먼저
채권의 이자 금액은 처음 발행할 때 고정됩니다.
그래서 채권을 싸게 살수록 실제 수익률(금리)은 높아지고, 비싸게 살수록 낮아집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내려갑니다.
만기가 길수록(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커집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
액면가 10,000원, 연 이자 5%짜리 채권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발행한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이 채권은 1년마다 반드시 500원을 줍니다. 이 금액은 누가 얼마에 사든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채권을 영어로 Fixed Income(고정 수입)이라고 부릅니다.
채권을 싸게 팔면, 사는 사람의 금리는 올라간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이 채권을 중고 거래 앱에 올렸다고 해 봅시다. 10,000원에는 아무도 연락이 없고, 9,000원에도 팔리지 않다가 8,000원에 겨우 팔렸습니다.
산 사람 입장에서는 8,000원을 내고 매년 500원을 받는 셈이니, 실제 금리는 500 ÷ 8,000 = 6.25%입니다. 원래 5%짜리 채권이 가격이 내려가자 6.25%짜리가 되었습니다.
채권 이자는 고정되어 있어, 가격이 내려가면 더 적은 돈으로 같은 이자를 받게 되므로 금리가 올라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채권을 비싸게 사면, 금리는 내려간다
반대로 며칠 뒤 채권 시세가 올라 이 채권이 11,000원에 거래된다면, 새로 산 사람의 금리는 500 ÷ 11,000 ≈ 4.5%로 낮아집니다.
채권 가격
연 이자 (고정)
실제 금리 (이자 ÷ 가격)
8,000원
500원
6.25%
10,000원
500원
5.00%
11,000원
500원
약 4.55%
이자는 고정되어 있으니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내려갑니다. 이것이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 위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연 이자만 본 경상수익률입니다. 실제 채권 시장에서 말하는 금리는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받는 이자와 만기 때 액면가로 돌려받으며 생기는 차익(예: 8,000원에 사서 10,000원을 돌려받음)까지 모두 반영한 만기수익률(YTM)입니다. 방향은 같고, 숫자만 조금 더 커지거나 작아집니다.
채권 가격을 움직이는 힘
1)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가장 큰 힘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입니다. 미국 연준이 2022년처럼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새로 발행되는 국채의 이자도 따라 올라갑니다.
어제까지는 10,000원에 5% 이자를 주는 채권이 팔렸는데, 오늘부터 새 채권은 10,000원에 10%를 준다고 해 봅시다. 누가 5%짜리 옛 채권을 10,000원에 사려고 할까요? 옛 채권을 팔려면 가격을 깎아서 새 채권과 비슷한 수익률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 새 채권이 2% 이자만 준다면, 5%를 주는 옛 채권은 인기 상품이 되어 가격이 오릅니다.
2) 수요와 공급
채권도 사고파는 사람의 균형으로 가격이 정해집니다.
경기 침체·금융 위기: 투자자들이 위험한 주식을 팔고 안전한 국채로 몰립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니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갑니다.
경기 호황: 안전자산을 팔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으로 옮겨 갑니다.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오릅니다.
대량 발행: 정부나 기업이 채권을 한꺼번에 많이 찍어 내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오릅니다.
듀레이션: 금리 변화에 얼마나 움직일까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여도 모든 채권 가격이 똑같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변동 폭을 결정하는 핵심이 듀레이션입니다. 듀레이션은 대략 “투자금을 이자와 원금으로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으로, 만기가 길수록 커집니다.
채권 가격 변화율 ≈ −(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채권 종류
듀레이션 (예시)
금리 1%p 상승 시 가격 변화
단기채 (1~3년)
약 2년
약 −2%
중기채 (7~10년)
약 8년
약 −8%
장기채 (20년 이상)
약 17년
약 −17%
장기채는 금리가 오를 때 크게 떨어지는 만큼, 금리가 내려갈 때는 크게 오릅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면 장기채, 금리 변동을 피하고 싶다면 단기채가 맞습니다. 듀레이션은 채권 상식 2편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이자는 고정, 가격이 금리를 맞춘다
안전하다던 국채가 30% 넘게 떨어진 이유, 이제 이해가 되시죠? 채권의 이자는 고정되어 있고, 그 채권을 얼마에 사느냐에 따라 실제 금리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장 금리가 오르면 옛 채권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금리가 내리면 웃돈이 붙는 거죠. 그리고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그 폭이 커지고요.
이 원리를 알면 금리 뉴스가 나올 때 내 채권 ETF가 왜 움직이는지 바로 보입니다. 장기 국채와 단기 국채가 과거 금리 사이클에서 얼마나 다르게 움직였는지 포트폴리오 백테스팅에서 TLT와 SHY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